2014.02.05

갈대는 바람에 흔들린다고 알려졌다.
이게 오늘의 문장이다.
광각렌즈가 필요했다.
뽕짝 스피커를 장착한 자전거가 지나갔다.
복면을 한 여자들이 지나갔다.
나란히 있는 오리 두 마리는 부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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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오리는 물이 싫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오리는 물에서 살았다. 하루 몇 번의 이륙과 착륙, 그게 다였다. 높게 나는 건 오리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오리는 물에서 살았다. 

메모

산책을 하다가 무서운 생각을 떠올렸다. 그 생각은 너무 슬퍼서 어디에도 쓸 수 없다. 없었다.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잊겠다. 그 생각은 잊혀졌다. 잊혀질 것이다.

그만

차단당한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다. 이럴 줄 알았다. 차단당했으면 그만이고 알았으면 그만이고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이면 그만이다. 그만.

오늘의 문장

바로 기억이라는 고통이다. 의식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순간 사나운 개처럼 달려드는,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잔인하고 오래된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연필과 노트를 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쓴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p.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