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 모스 전신기

못에다 에나멜 선을 칭칭(친친인가?) 감아서 전자석을 만들고
굴러다니는, 멀쩡한 랜턴에서 꼬마전구를 적출해서 재활용하고
로트링 아트펜 케이스를 전지 가위로 잘라서 스위치를 만들고
굴러다니는 집성목 판자떼기(때기인가?) 위에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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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실험왕 5: 전기의 대결>> 50페이지 셋째줄을참조하시압.

근황

아이가 뒤로 자빠져 코가 깨졌다. 얼굴 면적에 대한 상처 면적의 비율, 즉 건폐율이 40%를 상회하고, 코밑에 운석이 떨어져 산굼부리가 생겼다.

18일(수)에 입원하여, 20일(금)에 수술을 받고, 23일(월)에 퇴원했다.

이 기간 동안에 만화책 수백 권을 빌려다 바쳤다; 궁(17권), 장난스런 키스(14권), 비타민(17권), 민트향 우리들(6권), 메이플 스토리(24~26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7권 I, II), 꽃보다 남자(10권), 물 좋은 하숙집(15권).

어록

거절 못하는 아내,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키워주기로 하고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왔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 작은 상자로 마련해 준 임시 거처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다.
아이들, 신났다.
우가 말한다. “야야, 에리기가 혜성한테 너무한다. 집 밖으로 나오려고 혜성이 등을 밟는다.”
엽이가 대꾸한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좋다.”

얘들아, 모르면 당한단다.

“단팥빵 하나에 육백 원씩, 두 개니까 삼천 원입니다.”
빵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웁니다.

─브리지뜨 라베, <<지식은 쓸모가 많아요>>

야시장

아파트 단지에 야시장이 들어섰다. 5월이 다가 오니 부녀회에서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부녀회장에게 10만원만 주면 누구라도 단지에 들어와 장사할 수 있다. 일요일 고즈넉한 오후에 단지가 떠나가라 방송도 해준다. 싸고 맛있는 영덕 대게를 지금부터 딱 10분 동안만 반값에 드립니다! 큰 불의에는 찍 소리 못하면서 작은 불의에는 지나치게 분개하는 본 정의의 용사는 언젠가 이런 방송 때문에 관리실에 가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더라. 그들은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고 하더라. 모난 세상 둥글둥글 살자고 하더라. 그러시죠. 뭐. 싸고 질 좋은 쇠고기도 드셔가면서.

그건 그렇고, 야시장이 들어서니 아이들만 신이 났다. 막내는 이동식 튜브 놀이터에서 논다고, 3천원만 달라고, 안 주면 부자지간의 정을 과감하게 끊겠다고, 사정 사정하더니 고작 물고기 잡기를 했단다. 고무 다라이에서 500원짜리 만한 그물로 고기를 잡는 거란다. 잡은 물고기는 어딨어? 아빠한테 혼날까봐 형진이 형아 줬어! 오호, 이 놈 봐라. 이 놈이 눈가리고 아웅이로세. 그러니까 너도 물증 없는 심증은, 그러니까 “의혹은 있으나 흔적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걸 안다는 뜻이렸다! 넌 이 다음에 특검에 불려가도 되겠다.

아빠, 왜 언이만 물고기 잡기 시켜줬어? 시켜 주긴 누가 시켜줘. 그게 아빠한테 사기치고 저 혼자 가서 한 거지. 그럼 나도 사기칠래. 그러셔? 어디 쳐봐.

그러나 누가 자식을 이기나. 어슬렁어슬렁 세 놈을 달고 나가 1톤 트럭 위에 장착된 바이킹을 태워주었다. 아저씨! 한 명에 2천원? 그럼 셋에 5천원! 싫으면 관두시고. 아저씨가 마다할 이유가 뭔가.

태워주면 곱게 태워줄 일이지. 나는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또 용을 쓴다. 야. 저거는 한 번 타면 그냥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지만 그 돈으로 족발 사먹으면 몸에 오죽 좋겠냐. 우리 족발에 쐬주 한 잔 하자. 아니면 저 불법복제 DVD는 어때? 와, 라따뚜이도 있다. 그러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끼약! 철 없는 아이들은 야매 바이킹을 타고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고 나는 봄밤이 왠지 쓸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