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시간

1.
고양이가 집에 왔을 때 나는 카레닌을 생각했다. 카레닌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개였다. “카레닌은 뒷다리 하나를 절름 거렸다. 토마스는 개에게로 허리를 굽혀 저는 다리를 만져보았다. 그는 허벅지에서 작은 혹 하나를 발견했다. 다음날 그는 개를 트럭의 자기 옆자리에 앉히고 차를 몰아 수의사가 사는 이웃마을로 갔다. 일주일 뒤 그는 수의사에게 들렀다. 그는 카레닌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p343-344)

카레닌의 말로을 ‘읽는’ 일은 쓸쓸했다.

2.
며칠 지켜보니 알겠다. 고양이는 고양이로 태어나 고양이로 살다가 고양이로 죽는다. 당연하다. 강아지로 태어나 고양이로 살다가 두더지로 죽는 고양이는 없다. 하기는 미운 오리로 태어나 백조가 된 사례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건 오래 전 먼 나라 얘기다.

3.
<<섬>>에서 <고양이 물루>를 다시 읽었다. 물루의 말로도 카레닌과 다르지 않았다. “고양이는 너무나 겁에 질려 있어서 어둠 속에 갇힌 채 몸을 움직일 생각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수의사는 자루를 창고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그 동안 나는 대기실에서 벽시계, 옷솔, 우산, 거실의 문 위에 달린 사슴의 뿔 따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 되었습니다’하는 소리를 들었다. 세르벨 씨는 고양이를 가지고 와서 ‘제가 뒤처리를 해드릴까요?” 하고 내게 물었다. 나는 거절했다. …… 어머니는 매우 울적한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시체를 꺼냈다. 두 눈은 흐릿하고 털을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두 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다. 물루가 놀라울 정도로 고분고분 내게 몸을 맡기고 있다느 생각이 들었다.”(p71-72)

4.
“너는 고양이 똥 치우는 일이 재밌니?” 내가 물었다.
“응, 너무 재밌어.” 딸아이가 대답했다.

5.
고양이는 고양이의 시간을 산다.

6.
고양이의 시간과 내 시간이 오버랩 된다. 너나 나나 그저 한 목숨인 것이다.

부전자전

엽: 야, 너는 왜 그렇게 없는 말을 잘 지어내냐?
언: ……
따위: (오호라 저 녀석이 날 닮아 날조도 참 잘하는구나, 생각하며) 언이야, 아빠 닮아서 그렇다고 말해.
언: (돌연, 대경실색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나, 아빠 안 닮았어. 형아나 아빠 많이 닮어.

거의 먹기 싫은 감 너나 가져, 하는 수준이었다.

호도알만한 장난감 하나에 엄마를 팔아넘기다.

언: 아빠, 바쿠간(?) 사주라.
따위: 얼만데?
언: 만원.
따위: 허걱. 뭐가 그렇게 비싸.
언: 몰라.
따위: 사주면 뭐 해 줄건데?
언: (잠시 고민한다)응……엄마한테 달라붙게 해줄게.
따위: (반색을 하며) 정말이야?
언: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다)응.
따위: 얼마 동안?
언: 응……12년 동안.
따위: 너, 정말이지?
언: 응.
따위: 나중에 말 바꾸면 안 돼.
언: 알았어.

어록

언 왈,
사람 인, 죽을 사, 사람이 죽는다. 인사.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