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알만한 장난감 하나에 엄마를 팔아넘기다.

언: 아빠, 바쿠간(?) 사주라.
따위: 얼만데?
언: 만원.
따위: 허걱. 뭐가 그렇게 비싸.
언: 몰라.
따위: 사주면 뭐 해 줄건데?
언: (잠시 고민한다)응……엄마한테 달라붙게 해줄게.
따위: (반색을 하며) 정말이야?
언: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다)응.
따위: 얼마 동안?
언: 응……12년 동안.
따위: 너, 정말이지?
언: 응.
따위: 나중에 말 바꾸면 안 돼.
언: 알았어.

레고

“레고는 덴마크 어로 ‘레그 고트(Leg godt)’의 처음 두 음절을 따서 만든 낱말입니다. ‘레고 고트’란 덴마크 어로 ‘재미있게 놀아라.’라는 뜻입니다. 장난감 이름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딱 떨어지는 이름이었던 셈입니다. 또, ‘레고’는 라틴 어로 ‘나는 모든다, 나는 읽는다, 나는 조립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고 회사의 대표 상품이 조립 블록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은 것이지요.”

─ <<레고를 만든 기업가 고트프레드>> p27

나무늘보 할머니

나무늘보 할머니 마을버스에 타신다. 기사하게 말씀하신다. 정형외과 앞에 세워달라고, 다리가 아프시다고. “지정된 정류장 이외에는 세워드릴 수 없습니다.”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절망하신다. “잘 못 세우면 벌금 물어요, 할머니.”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자리에 앉으신다. “제 동료도 두 번이나 벌금을 냈어요. 60만원이에요. 한 번에 30만원씩.” 기사가 거울을 보며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세워드리면 주민들이 신고를 해요. 그것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가지고. 빼도 박도 못해요.”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버스가 정형외과 앞을 지나 정류소 앞에 멎는다. 나무늘보 할머니 하차하신다. 승객들 나무늘보 할머니를 본다.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 안이 조용하다.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고스키(지음), 차익종(옮김),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2007, 르네상스

어떤 책에는 사연이 있다. 가령,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에는 김희선의 싸인이 묻어 있다. ae시절 cf 녹음실에서 당시 폼으로 들고 다니던 책에 직접 받는 것이다. 김희선, 얼굴은 예쁜데 싸인은 확 깼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이 책, 누구 원하는 사람 있으면 사가라. 이나영의 싸인이 묻어 있는 책이 있다면 교환도 가능하다. 덤으로 아내가 신혜성에게 받은, 역시나 그의 친필 싸인이 들어 있는 앨범을 몰래 꼬불쳐 얹어 줄 수도 있다. 아, 그 곱상한 외모와 노래에 비하면 신혜성의 싸인도 깨기는 마찬가지다. 자, 이게 다가 아니다. 문근영이 “따위넷 화팅”이라고 적어준 사진도 끼워 주겠다.

자, 여기 1992년 저자의 판매목록 16호가 있다. 이렇다.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의 시집 <<거상 The Colossus and Other Poems>>, 뉴욕, 1962년. 미국판 초판. 플라스의 헌사가 씌어 있음. ‘테드에게. 시 거상과 오토 왕자(Prince Otto)의 기법(craft and art)은 당신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실비아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모르는 사람은 “책 수집가가 되긴 틀렸다.”

“버지니아 울프가 손으로 인쇄한” T. S. 엘리어트의 시집도 “아주 특별한 책”이며, 헤밍웨이, J. D. 샐린저, D. H. 로렌스, 등의 책도 이 책에서 말하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이런 책에 얽힌 뒷담화를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가령, 조앤 롤링의 경우를 보자.

“실업수당으로 연명하는 가난한 싱글맘 조앤 롤잉이 불기 하나 없는 냉기를 피하기 위해 동네 카페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갓난아기를 옆에 재우며 글을 썼다”는 등의 전설적인 “이야기에는 대체로 사실과 다를 부분이 많다.” 롤링은 “곤혹스러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 딸을 옆에 재우고 카페 여러 곳에서 글을 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에 무슨 낭만적 구석이 있다고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실제로 겪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냉기 뿐인 셋방’ 이야기는 완전히 그럴 듯하게 꾸며진 얘기이다. 따뜻한 곳을 찾아 헤맸다니, 그런 일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커피 맛이 좋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알아서 빈 잔을 채워주는 카페를 골라 다녔을 뿐이다.”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순탄하게 데뷔한 작가는 거의 없다는 것, 모두들 죽어라고 열심히 썼다는 것.

어록

언 왈,
사람 인, 죽을 사, 사람이 죽는다. 인사.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