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도 오고 해서 덥수룩한 머리를 잘랐다.
머리 자르니 사람이 영 달라 보인다. 핸썸하고, 영해진 것도 같고.
이래서 사람은 가꾸고 살아야 한다니까. 그랬는데,

아내: 머리 잘랐네.
따위: 어때? 핸썸해 보여, 스마트해 보여, 스튜피드해 보여?
아내: 스튜피드.

우리집 애들은

우리집 애들은 생라면도 먹고
바나다도 먹고 초코파이도 먹고 상추쌈도 먹고 감자탕도 먹고 오리고기도 먹고
잘 먹는다 마구 먹는다 많이 먹는다

우리집 애들은 지우개도 먹고
휴지도 먹고 비누도 먹고 치약도 먹고 페트병도 먹고
A4용지도 먹고 색종이도 먹고 심심하면 태권도 띠도 먹는다

그뿐인가 우리집 애들은 양말도 먹는다
그것도 한 짝씩만 먹는다
너는 왜 양말을 신니? 먹어야지.
엄마, 이렇게 발을 넣었다가 먹으면 양말이 더 맛있어.

비오는 날 아침에 보니
우리집 애들은 우산도 먹는다
그 많던 바쿠간 우산, 그 많던 장우산, 그 많던 꽃무늬 우산은
그 많던 빨간 우산, 노란 우산, 찢어진 우산은
모두,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아빠, 레고 쏟아도 돼? 형아한테 꼭 필요한 게 있어서…
쏟아.
(그러자 옆에서 형아 되는 자가 말하길)자, 기언아 이불 준비.
오케이.
자, 준비 완료.
레고 쏟아.
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