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 할머니 마을버스에 타신다. 기사하게 말씀하신다. 정형외과 앞에 세워달라고, 다리가 아프시다고. “지정된 정류장 이외에는 세워드릴 수 없습니다.”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절망하신다. “잘 못 세우면 벌금 물어요, 할머니.”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자리에 앉으신다. “제 동료도 두 번이나 벌금을 냈어요. 60만원이에요. 한 번에 30만원씩.” 기사가 거울을 보며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세워드리면 주민들이 신고를 해요. 그것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가지고. 빼도 박도 못해요.” 기사가 말한다. 나무늘보 할머니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버스가 정형외과 앞을 지나 정류소 앞에 멎는다. 나무늘보 할머니 하차하신다. 승객들 나무늘보 할머니를 본다.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 안이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