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의 지식소설 <<알도와 떠도는 사원>>을 보면 알도가 11살 때부터 백과사전을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대장정을 시작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어린 시절 내게 백과사전이 있었다면 나도 알도처럼 백과사전을 끼고 살며 드넓은 지식의 세계로 빠져들었을까.
“아빠, 나 오늘 궁금한 게 있어.” 누나 형아가 이런 저런 일로 밖으로 나가고 나면 혼자 남은 막내가 내게 와 말한다. 오호, 구래 구래, 내 새끼. 크게 될 놈이로고. 그래 무엇이 궁금하냐? 그러나 녀석은 가령 상대성이론이라든가 은유라든가 혁명이라든가 하는 이런 거창하고 고상하고 근사한 건 정녕 궁금해하는 법이 법다. 고작 시계, 곤충, 공룡 따위나 궁금해 할 뿐이다. 그나마 궁금한 게 있다는 것도 실은 사기고 속셈은 심심한데 저랑 놀자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녀석이 궁금하다는 표제어을 백과사전에서 찾아 녀석에게 디민다. 어찌어찌 하여 언문은 간신히 깨쳤지만 이제 국산 나이로 일곱살 먹는 놈이 읽기는 무얼 읽겠는가. 녀석은 그림이나 몇 개 보다가 금방 시들해 지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