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양갱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름달 복 많이 받으시오. 그리고 연양갱 싫어하는 사람들은 냉큼 저리 가시오.

나는 연양갱을 좋아 한다. 초코렛과 연양갱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주저없이 연양갱을 선택한다. 연양갱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도 않는 저 입맛 고고하신 분들의 치하가 돼버린 삭막한 이 세상에서 어쩌다 연양갱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고향 까마귀는 저리가라다.

요즘 아이들은 대체로 연양갱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집 아이들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하여 우리집에 생기는 양갱은 언제나 내 독차지였는데 이제는 방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까닭이다. 연양갱 마저 꼭꼭 숨겨 놓아야 하는 세상이라니! 확실히 살기 힘들어 지고 있다. 이 경쟁자가 오늘 아침 크라운 웰빙 연양갱을 까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 밤 연양갱이나 웰빙 연양갱이나 그냥 연양갱이나 맛은 다 똑같애.”

나는 앞에 뭐가 붙지 않은, 그러니까 그야말로 순수, 참, 오리지널, 오쏘독스, 재래식 연양갱 만을 좋아하며 앞에 뭐가 붙은 퓨전스타일에는 쉽게 손이 나가지 아니 하는데 이 경쟁자는 뒤에 연양갱만 붙으면 앞에 뭐가 붙든 상관없는 모양이다. 조심해야 겠다. 저게 내 연양갱 다 먹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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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난 어릴 때부터 현대적인 입맛이었는지라 연양갱 쳐다도 안 봤소.
    그니깐 나는 냉큼 저리 가겄소.

  2. 가긴 어딜 간단 말이오. 연양갱 한 박스 사서 냉큼 달려와야지. 그날,
    “낙타 타봤어? 낙타 안 타봤으면 말을 말어.”
    이 따위 모진 말로 본 따위에게 큰 상처 준 걸 벌써 잊었소?

  3. 마분지/ 지난 해 여름, 오리발 끼고 수영해서 한강을 건넜습니다. 맞은 편 강가에 대기하고 있던, 응원 나온 지인이 소방차가 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뿜어주는 물로 대충 샤워하고 나서 오돌오돌 떠는 제게 마른 수건과 연양갱을 건네주더군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옆에 계시던 어느 모르는 누님 아주머니께서 하도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시기에 하나 건네 드렸더니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하면서 드시더군요. 아마 많이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연양갱, 이처럼 비상식량에 딱입니다.

  4. 글쿤요…양갱이 비상식량으로도 좋군요~
    양갱 이야길 보다 보니 갑자기, 양갱이 땡깁니다.
    오늘밤은 양갱이 바람에 스치우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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