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뾰족한 인간에게도 어쩌다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주는 후배가 있으니, 후배를 잘 챙겨주는 게 모름지기 선배 된 자의 도리이겠으나, 그러지 못하는 내 성정이 이럴 땐 몹시 안타까운 것이다.
“연극의 3대 요소가 뭡니까? 배우, 관객, 무대 아닙니까? 그중에 관객이 없으니 당연히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데 선배가 설득은 않고 쪽박 먼저 깨버렸잖아요.”
“어떤 놈이 그거래? 틀렸어. 연극의 3대 요소는 타카, 청테이프, 글루건이야. 그거 없으면 연극이 돼? 안 돼?” (식객 115화 돼지 껍데기 편)
내 비록 가난한 연극판에는 얼씬거린 적도 없기는 하다만, 그대와 저런 식으로 대사를 치면서 쐬주 한 잔 하고 싶다. 오늘 밤에도 돼지 껍데기가 초겨울 찬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