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찬가

어제밤에는 잘 잤다 자다 깨서 어둠 속에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도 않았고 만신창이가 된 한 세계와 그 세계의 주인이 나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지도 않았다 어제밤에는 잘 잤다 자다 깨서 가래를 뱉지도 않았고 물 마시러 부엌을 뻔질나게 드나들지도 않았고 비만의 육신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비명을 삼키지도 않았다 어제밤에는 잘 잤다 거의 자리에 눕자마자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아침이었다 어제밤은 내 인생의 비교적 괜찮은 밤의 목록에 넣어도 좋았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열한 살 아들녀석이 튕겨대는 단조로운 기타 소리에 잠이 깬 아침 나는 내가 어제밤에 비교적 편안하게 잤다는 걸 깨닫고 저으기 흡족해 하였다 다만 한 가지 내 소중한 대가리가 시궁창 속에 곱게 쳐박혀 있었다는 것만 빼면 어제밤은 정말이지 괜찮은 숙면의 의아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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