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나는 잔다. 지난밤에도 나는 지구방위사령부와 연락을 취하며 지구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늦게 잠들었다. 그러니 아침이 와도 나는 잔다. 그래야 오늘밤에 또 지구를 지킨다. 예전에 지구를 지키던 동료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에 실패해서 그런 모양이다.
아무튼 아침이다. 나는 잔다. 아내는 나에게 터미네이터 원을 파견한다.
__언아, 아빠 깨워.
언이가 온다. 낑낑거리며 문을 열고 언이가 와서는
__빠. 잉나.
한다. 나 꿈쩍도 안한다. 조금 있다가 아내가 터미네이터 투를 파견한다.
__엽아, 아빠 깨워.
엽이가 온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__아빠, 일어나.
한다. 나는 꿈쩍도 않는다. 그러면 그는
__엄마, 아빠가 안 일어나.
하고는 가서 TV나 본다. 나는 잔다. 조금 있다가 아내가 터미네이터 쓰리를 파견한다.
__나우야, 아빠 깨워.
우가 온다. 조심해야 한다. 터미네이터 쓰리는 웬만해선 직접 나서지 않지만 한 번 나서면 확실하게 해치운다. 터미네이터 쓰리는 방문을 거의 발로 걷어차고 들어와서는 그대로 몸을 날린다. 내 비만의 몸뚱이 위로.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나는 터미네이터 쓰리가 오는 발걸음 소리에 벌써 잔뜩 긴장하고 있다. 문이 열린다. 나는 비굴하게 일어나 앉아 있다. 터미네이터 쓰리는 내가 일어나 앉아 있는 모습을 보더니 휙 돌아나간다. 별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하는 갑다.
아무튼 또 아침이다. 아침형인간은 나의 원수다.
터미네이터들의 엄마는 항상 아침형 인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전에는 왕비마마였는데 이젠 무수리로 바꾸어야 할 것 같네요…
무수리님/ 무수리 게 있느냐? 가서 꿀물 한 사발 떠 오너라. (아무래도 내가 죽으라고 환장했는 갑다.)
이 글 읽다가 정말 마니 웃었다…그 비만의 몸을 힘들여 일으키는 상상만으로도…아 너무 웃긴다…헉 나우가 온다….땀 삐질…배 출렁…애써 태연한 척…나우를 보자 다시 한번 움찔….나우 거만한 표정으로 걸어나가고…긴장이 풀린 인간…안도의 한숨 휴~ ㅋㅋ
흠…웃기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다섯은 만들어줘야하는 터미네이터 보단 조금 낫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