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현장. 독신남으로 하루 버텨보기.

어제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집에 가버렸다. (내가 그 전날 술먹고 늦게 들어왔다고 항의차원에서 가출한 건 아니다.) 어제 까지는 좋았다. 나는 혼자 저녁밥 챙겨 먹고 혼자 TV 좀 보다가 혼자 운동하러 다녀와서 혼자 몇 좀 하다가 혼자 잤다. 평화도 그런 평화가 없었다. 집안이 고요했다.

아침이다. 뭔가가 잔뜩 결핍된 아침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 올라타는 놈도 없고, 울음소리도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그렇지. 나 혼자 아침 먹어야 하는 날이지. 밥은 어제 밤에 다 먹어치웠는데. 아, 밥하기 귀찮다. 귀찮아도 굶으면 나만 손해니 쌀을 씻어 안친다. 취사버튼을 누르고 집안 가득 뮤직을 깐다.

음, 전화 한 통화 없군. 그래, 니들끼리 재미있는데 놀러갔다 이거지. 지금이 열한시 반인데 아직 베란다 커튼도 안걷었고, 밥 다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이런, 점심은 또 뭐해먹나. 저녁 전에는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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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패밀리’ 중독의 금단현상이다…유부남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다…유부남들은 평소에 독신의 삶을 끊임없이 동경하면서도…실제도 독신적 상황이 주어지면…24시간이 못 가서 허전함과 외로움에 치를 떨게 된다…이 금단현상을 극복하려면…언제나 독신으로 놀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대처법을 물어보든지…아님 그와 함께 놀아라…그럼 된다…아주 간단하다…

  2. 하여 낮 동안 “허전함과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는데 나우가 전화를 하더니 “아빠, 뭐해. 데릴러 안오구.” 하는 것입지. 그래 대충대충 씻고, 주섬주섬 챙겨입고, 지하철을 한 시간 정도 타고 가서 나의 “패밀리”를 데려왔습지. 집안이 다시 아이들의 소리로 꽉 들어찬 밤, 나는 또 “아, 어제밤이 좋았는데…”하고 있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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