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를 하다 보면 안다. 어떤 숫자가 그 칸에 들어갈 정확한 답인지, 아니면 일단 넣어 놓고 보자는 심산으로 써넣는 숫자인지. 전자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성취감이 파도를 치며 몰려드는데 반해, 후자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고나면 어쩌다 운이 좋아 문제를 푼 것이라는 자각에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체스 천재를 다룬 <위대한 승부>라는 영화에 보면 사부님이 제자에게 체스판의 말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다음 빈 체스판을 앞에 두고 수를 읽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다. 스도쿠도 저 영화에 나오는 방법으로 어떤 칸에 들어갈 숫자를 콕 찝어내기 전에는 손을 움직이지 말아야 하리라. 오늘도 나의 스도쿠에는 빈 칸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