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언이가 집에서 젖병떼기 특수 훈련을 받고 있는 동안, 이미 오래 전에 젖병을 뗀 나머지 선수들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품격”을 있는대로 높여서 미술관으로 출동했다.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아 모아서 전시중이라는 일급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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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와 기엽이 그리고 엄마가 그림을 감상하며, 21세기의 새로운 미술사조와 최근 프랑스 화단의 화풍 및 한국미술시장의 불황에 대해서 심오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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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옆 동물원”하고는 아무상관 없는 미술관 찻집에서 코코아와 아이스 녹차와 커피를 마셨다. 다른 가족이 싸온 볶음밥을 얻어 먹다가 찻집주인에게 쫑크 먹었다. 교양없다고…그때 처마 끝에서 풍경이 땡강땡강 울었다.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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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경내를 산책 중인 모자의 단란한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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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어린이날 오후 1시경 전화가 울린다…
    ‘이영광’이라고 찍혀있다…발신자를 보고 본능적으로 움찔한다…
    술 마시자는 목적 외에는 절대 전화하지 않는 발신자이기에…
    받을까 말까…2초 간 고민한다…’오늘, 나 술 못 마시는데…’
    그러나 결국 받고 만다…

    나) 예, 형…
    리) 난데…너 혹시 퀸 콘서트 본 적 있니?
    나) (헉, 어린이날에 웬 퀸?) 글쎄요…본 적 있나?
    리) 지금 아이티비를 보면…퀸 콘서트 한다…함 봐라…
    (열심히 케이블 채널을 돌린다…어, 아이티브이가 없다…)
    나) 울집에 안 나와요…
    리) 그래? 그 많은 채널 중에 아이티비도 없나?
    나) -_-;;;
    리) 뭐 하나?
    나) 어제 술 딥따 마시고(강조해서 힘주어 말한다…) 푹 퍼져있어요…
    리) 야, 어린이날인데 말이야, 우리는 어른 아니니까, 어린이잖아?
    나) 말하자면…글치요…
    리) 근데 왜 아무도 선물을 안 주지?
    나)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우린 어른 아닌데…
    그후, 시덥잖은데다가 객쩍기까지 한 대화 몇마디 씹다가 전화는 끝났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요약하자면…
    5월 5일 어린이날에 내각리에서 시체놀이를 하던 40세의 싱글시인이…
    같이 시간에 대치동에서 시체놀이를 하던 38세의 싱글카피라이터에게 전화를 걸어…
    재미난 퀸 콘서트를 볼 것을 권유하였고…그 권유는 아쉽게도 권유로 끝났으며…
    자신들의 천진난만함을 왜 이 세상을 몰라줄까 하는…
    남들이 들으면 황당해서 입을 다물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술 마시고 싶은 시인이 카피라이터의 ‘음주욕’을 슬쩍 타진해보다가…
    결국 완곡한 저항의사를 내비치자…어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그래서 결론은…
    어린이날, 싱글은 절대 사진 찍지 않는다는 말씀…

  2. 그러길래 내가 뭐랬나. 우리집에 “대여용 어린이”가 세개나 있다고 누누이 말씀드리지 않았나. “세 개들이 한세트”를 빌려가면 특별 할인가에 제공한다고 했거늘…그랬으면 어린이날 사진도 찍고, 시인이랑 하다못해 과천서울랜드라도 가서 바이킹이라도 타며 재미있게 노실 수 있었을 텐데…솜사탕도 사주고, 목마도 태워주고…^^

  3. 무수리님이 실제보다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좋아라’할 줄 알았는데 일언반구 말이 없구먼…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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