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같은 말을 다르게 쓰면 말을 액면 그대로 쓰면 웃긴다

1.
누군가가 죽고 싶다고 말할 때, 그것은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대개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죽고 싶다는 사람을 죽여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2.
1970년대에 유명했던 시트콤 배우인 아치 벙커 Archie Bunker는 볼링화를 위로 묶고 싶은지 아니면 아래로 묶고 싶은지를 부인 에디스가 묻자 “뭐가 달라?”라고 되묻는다. 부인은 참을성 있게 그 차이를 설명해 준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나는 차이가 뭐든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인은 그것을 위로 묶는 것과 아래로 묶는 것 간의 차이를 설명하라는 물음으로 이해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한 직장인이 근무 시간에 집에 갔다. 어떤 동료 직장인이 집에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가볍게 묻는다. ‘어라, 거기에 어떻게 갔나?’ 그 직장인은 대답한다. ‘자동차로.’ 그는 글자 뜻 그래도 대답한 것이다.”

─ 가라타니 고진 지음, 김재희 옮김, <<은유로서의 건축>>, 한나래, 1998

3.
<토이스토리2>
악당에게 붇잡혀있는 우리의 보안관 인형 ‘우디’를 구출하기 위해서 지구방위사령부 소속의 버즈 ─그나마 진짜 버즈는 이 가짜 버즈에 의해서 장난감 포장지 속에 구금되어 있기는 하지만 ─ 와 공룡 장난감 외 기타 등등 장난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 의리 빼면 장난감인 장난감들은,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그렇듯이 환풍구를 통해서 건물에 잠입한다.

드디어 저기 환풍구 밖에 우디가 보인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사실은 새로 사귄 여자 친구 제시와 히히덕 거리며 놀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 그러나 환풍구는 막혀있다. 일종의 철망이다. 우디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환풍구를 뚫어야 한다. 어떻게 뚫을까? 그들에게는 아무 도구도 없다. 이때 공룡 장난감이 버즈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하지? 버즈” What are we gonna do, Buzz?

버즈가 대답한다.

”머리를 쓰라구. Use your head!“

순간 버즈의 머리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들은 갑자기 공룡장난감을 집어 든다. 마치 성문을 부수는 병사들이 통나무를 들고 달려가 성문을 부수듯이 이들은 공룡장난감을 들고 달려가 공룡장난감의 머리로 막힌 환풍구에 충격을 가한다. 공룡장난감은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난 내 머리 쓰기 싫어. But I don’t wanna use my head!

ToyStory02.jpg

4.
<펄프 픽션>
우리의 쭉쭉빵빵한 언니! 우마 터먼이 존 트라볼타와 춤을 잘 추다가 갑자기 실신한다. 같이 춤을 추던 사람들은 놀라 자빠진다. 쓰러진 그녀를 붙잡고 흔든다. 응급조치를 취한 것 같기도 하다. 얼마 후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 갑다. 둘러선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안도하며 뭐라뭐라 한다.

“뭐라고 말 좀 해봐. Say something!”
이때 우마 터먼이 대답한다.

“Something!”

5.
우리집 아파트 현관 게시판에 쓰여 있는 문구는 이렇다.

“휴지와 꽁초를 뒤 창문으로 버리지 마시오.”

나는 얼마전에 담배를 끊어 담배꽁초를 버릴 일은 없지만 대신 휴지를 버릴 때는 꼭 앞 창문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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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이 섹션의 제목은 수정되어야 할 거 같은데…
    ‘곧이곧대로 반응하면 웃긴다.’라든가…
    ‘뜻 그대로 대답하면 웃긴다’로 말이지…

    그리고 이 섹션과 어느정도 결부되어있는 억양의 에피소드 하나…
    그러니까…예전에 나는 어떤 뚱뚱한 여자선배에게…
    그녀가 먹는 걸 밝히면 꼭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살이 안쪄?(끝을 올린다..)”
    그러면 그 선배가 억양만 바꾸어준다…”내려”
    “그러니까 살이 안쪄.(힘없이 내린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는 더욱 맹렬히 식을 탐하였던 것이다…

  2. 헙(허걱 + 헐 + 쩝), 제목을 대충 붙였더니 바로 ‘클레임’ 들어 오는군.

  3. (독백: 다시 생각해 보니 “클레임”이라는 고리타분한 말보다는 “태클 들어오다”라는 표현이 더 낫겠다. 다시 쓴다.)

    헙(헐 + 허걱 + 쩝), 제목을 대충 붙였더니 바로 태클 들어 오는군.

  4. 따위님, 언제 담배를 끊었어요?
    조심하시지 그랬어요
    담배 하루 이틀 피워본 애들도 아니고..헙
    끊어진 담배는 그냥 버리지 마시고
    침을 살살 묻혀 잘 이어서 피시면
    빨아들이는 맛은 감소해도
    아쉬운대로 감질맛이란 것이 난답니다

    이런 것도 말을 액면 그대로 쓴 건데…
    어째 웃기진 않군요

  5. sea69님/ 느무느무 썰렁하오. 지난 번의 “그 피 같은 山들” 도로 다 토해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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