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패배

아내가 삶아준 국수를 먹으며 누들, 누들 그랬다. 이어 우든 찹스틱, 우든 찹스틱 하다가 발동이 걸리자 영어가 술술 나왔다. 이를테면 이런 품격 있는 문장들이. 마이 프레셔스 파더 이즈 존나리 핸썸, 이라거나 마이 푸어 마더 이즈 어 워먼. 식탁이 화기애매해진 가운데 아이들이 반응을 보였다. 막내도 영어를 술술 했다. 마이 파더 이즈 베리 베리 베리 낫 핸썸. 돼먹지 못한 놈이다. 공격을 안 할 수가 없다. 마이 리틀 보이 이즈 베리 토커티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막내는 말이 많았고 내게 지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면 네가 모르는 단어를 말해주리라 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 푸어 리틀 선이즈 베리 이리테이팅. 이리테이팅을 알 수가 없으니 내가 이길 게 뻔했다. 그랬는데 아니었다. 내가 졌다. 내가 저 고상한 영어 문장을 독일식과 일본식을 포함한 그러니까 유창한 발음으로 말하는 순간 막내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왓 더 헬! 이제 막 국수를 한 입 먹고 오물거리던 아내는 메두사 머리카락처럼 국수를 뿜을 뻔했다.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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