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어들

많은 일들이 오래 전 기억이었다. 작년이나 재작년 일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고독 자유 불면 사랑 문학 철학 혁명, 젊은 시절 그는 이런 뜨거운 말들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연애편지에 적었으나 말년에 그가 그 뜻을 온전히 아는 언어는 녹내장처럼 슬픈 말들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는 어디서든 삐뚜로 서 있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살아 있는 묘비였다. 불길 속에서 타들어 가던 그의 관속에는 몇 개의 허망한 어휘들만 들어 있을 뿐, 가파른 문장 하나 들어 있지 않았다. 그 허망한 어휘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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