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밤거리를 걷다가 마주 오던 사람과 어깨를 살짝 스치는 순간, 남자는 상상 속의 여자에게, 방금 저 자식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갔어, 가서 혼내줘, 라고 말했다. 상상 속의 여자는, 아니, 어떤 새끼가 감히 우리 오빠 어깨를 쳐, 너 오늘 제삿날이야, 하면서 죄없는 행인을 쫒아갈 듯한 자세를 취했다. 당황한 듯, 남자가 여자를 말리는 시늉을 하자, 여자는 벌써 저만치 멀어져 간 행인을 향해 애써 씩씩거리며, 애써 분을 삭이는 시늉을 하며, 너 오늘 운좋은 줄 알어, 우리 오빠 건드리고 무사한 놈은 네가 처음이야, 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이 거리에는 상상 속의 여자가 없고 그래서 남자는 조금 외로워졌다. 남자가 그렇게, 짧은 경련을 앓아내는 사이에 일행은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
짧은 경련
Posted in 블루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