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은 어수선했다. 아이들은 자기 자리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고 어른들은 교실 뒤쪽에 아무렇게나 서 있었다. 교실 앞 모니터에서는 학교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행사가 중계되었다. 누군가 송사를 읽었고 누군가 답사를 읽었다. 누군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몇몇 남학생들이 나와 “내 사랑 오 마이 러브 투 유”를 불렀다.
방송으로 중계되는 행사가 끝나고 각 교실에서는 2부 행사가 이어졌다. 담임 선생은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해서 졸업장과 앨범과 롤링페이퍼 따위를 나누어 주고 악수를 청했다. 학부모들은 대개는 핸드폰으로, 더러는 캠코더로 그 모습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담임은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라면서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무릎팍 도사’ 동영상도 하나 보여주었다.
끝으로 어느 학생이 편집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반 친구들 사진을 한 장 한 장 띄우고 거기에 그 아이와 관계된 글이 짧게 짧게 지나가는 평범한 영상이었다. 그걸 보며 아이들은 웃었다. 동영상 끝부분에 ‘안녕 친구들’, ‘안녕 3학년 9반’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아쉽지만 이제 졸업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안녕 중학교’라는 말이 보였다. 그 순간 아이들은 아, 하며 탄식을 했고, 나는 뭔가 뭉클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운동장에 나와 사진을 찍는 아이를 기다렸다가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