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앞에서

산길에 굼벵이 농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래전 성읍민속마을에서 본 굼벵이 생각이 난다. 나는 자식을 군대 보낸 굼벵이의 심정을 분말과 환과 엑기스로 표현해 본다. 굼벵이는 살아서 기거나 구르거나 꿈틀거렸다. 굼벵이는 죽어서 분말이 되거나 환이 되거나 육즙이 되었다. 나는 산길을 걸었다. 가슴속에서 굼벵이가 계속 기거나 구르거나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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