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일요일 이 시간이면 멸치 육수를 낸다. 이것저것 넣고 끓이다가 맛을 본다. 약간 쓰다. 이 쓴 맛은 멸치 내장에서 비롯된 것인가. 모른다. 육수는 끓고 어제도 그제처럼 밤을 도모한 식구들은 아직 잔다. 육수 맛을 본다. 생강을 평소보다 한 조각 더 넣었음에도 생강 맛이 약하다. 국물에 우러난 생강맛은 국물에 우러난 생강맛이다. 그 맛이 약하다. 지난 주에도 맛이 이래서 오늘은 특별히 생강을 한 조각 더 넣었는데도 이렇다. 지난 봄에 잘 다듬어서 조각 내어 냉동실에 보관해 둔 생강은 이제 생강이 아니라 얼어 말라 비틀어진 생강 미이라인가 보다. 자유가 아니면 생강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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