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지다

책 읽다가 존다. 졸다 아예 눕는다. 읽던 책으로 얼굴을 덮어 빛을 차단한다. 세상 아늑하다. 까라지는 것도 같다. 내 잠든 머리 속에 단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마굿간에서 시작해 외양간, 방아간, 똥뚜깐, 푸줏간까지 온다. 헛간과 곳간과 절간과 뒷간도 오는 걸 애써 물리친다. 짐칸, 기차칸, 침대칸, 식당칸 따위가 다음 차례다. 간이나 칸이나 깐으로 끝나는 단어들을 무의미하게 나열하다가 맞춤법을 교정하기도 전에 돌연 우주가 쫑난다. 하,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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