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스케치

어제 밤에는 아이들을 식탁에 앉힌 다음, 그림을 그리게 했다. 무얼 그리냐고 묻길래 사람을 그리라고 했다. 아빠도 하나 그리라고 해서 나도 그렸다. 딱 2초 걸렸다. 얼른 그려주고 나는 딴 짓을 할 요량이었다. 내가 그린 사람 그림을 보더니 나우가 말했다. “졸라맨.” 옆에서 엽이가 말했다. “마자.” 아무려나 나우는 내가 그린 그림이 영 이상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내 그림에 100점이라고 적어 주었다. 나는 그 옆에서 책을 읽었다. 잠시 후, 나우는 여자 아이를 그리더니 나더러 몇 점이냐고 물었다. 나는 97점이라 적어 주었다. 순간, 나우는 삐졌다. 단단히 삐졌다. 내 졸라 형편없는 졸라맨에 무려 100점을 주었는데 자신이 그린, 예쁘게 채색까지한 그림에 아빠가 주는 점수가 고작 97점이라니, 이건 뭔가 불공평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책을 읽었다. 엽이가 물었다. “아빠는 왜 맨날 책을 읽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나우가 그린 그림에 97점이라고 적었던 걸 지우고 100점이라고 써서 침대에 누워서 아빠가 저를 달래주길 바라며 식탁을 빼꼼히 내다 보고 있는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는 비로소 슬그머니 나와 식탁에 앉았다. 아이들은 계속 그림을 그렸고, 나는 책을 읽었다.

Posted in 애 셋.

0 Comments

  1. 아이들이 좀 크면 이렇게 물을 거예요.
    “아빠는 돈도 안 나오는데, 왜 맨날 책을 읽어요?”

  2. 더 크면
    “아빠, 비싼 돈 주고 뭐하러 책봐요?”
    “인터넷에 가면 중고책파는 사이트 있어요”

    ^^
    카메라를 들고와
    해바라기의 방향을 바꾸었나요?
    아님 그냥 들어가셨나요?

    강추, 강강수월래, 강호동, 누나,
    뭐 이런 단어들이 귀에서 윙윙거려요~

  3. 킁킁..킁킁킁킁.. 어째 좀 냄새가 난다는..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던게야..
    따위넷 핵심멤버들만의 잔치가 있었던게야..
    경로당에 모이셨던게야..
    한복 입고 모이셨던게야..
    닭똥집에 참이슬도 잡수신게야..
    부킹하며 껀수도 올리신게야..
    성황리에 막을 내린게야..
    분명한게야. 그래서 다들 “딸기코”가 되버린게야..

    피고들은, 어젯밤의 알리바이를
    공개하라! 공개하라! 공개하라!

  4. 중독 : 증인은 증인서약을 하시오
    sea69 : 본 증인은 사실만을 말할것을
    아니 사실만을 쓸 것을 맹세합니다
    중독 : 어젯밤 경로당에 가셨지요?
    sea69 : 경로당에 나갈 나이가 아닙니다
    중독 : 그럼 어제밤의 복장에 대해 말하십시오
    sea69 : 으음, 청바지에 하얀 스웨터, 글구
    나는 욘사마 목도리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그리 안봐주는 걸 목에 둘렀지요
    중독 : 닭똥집에 참이슬 하셨습니까?
    sea69 : 에~ 닭똥집 아닙니다,
    산 50%, 참이슬 10%, 기타 40%
    증거로 아침에 ‘응가’를 제출합니다
    중독 : (코를 싸매며) 이미 질문에 대비하여
    용의주도하게 준비하셨군
    옷에 베인 분냄새는 뭐죠?
    sea69 : (킁킁거리며) 제 옷에는 안 나는대요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것 같습니다
    중독 :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면 다른 누구에게는
    난다는 말인가요?
    sea69 변호인단 : 판사님, 유도심문입니다
    sea69에게만 해당하는 질문을 요청합니다
    판사 : 인정합니다, 중독님 다음 질문 하시지요
    중독 : 증인은 몇시에 귀가하셨죠?
    sea69 : 글쎄요, 없이사는 놈이어서 시계두 없고
    대충 뭐 해질녁 이후에서 동트기 전이죠
    중독 : 증인, 여기는 장난치는 곳이 아닙니다
    sea69 : (찔끔) 택시에 할증이 붙은 기억은…
    중독 : 알겠습니다, 그럼 sea69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접기로 하겠습니다…
    다음은…

    (증인석을 훑어보는 중독님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 to be continue…-

  5. 중독: 증인도 같이 술을 마셨습니까?
    걸식: 아니우.
    중독: 증인, 증인이 유다요? 잡아 떼게?
    걸식: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데, 잡아 떼긴 뭘 잡아뎄다구 그러슈? 그리고 나 유다 아니우. 걸식이우.
    중독: 증인은 따위를 사랑합니까?
    걸식: 허걱, 그걸 어찌 아셨수? 증말 쪽집게 시다. 돗자리 하나 깔고 앉으슈.
    중독: ?@말ㅇ3ㅑ#%$%!
    걸식: 왜 성질은 부리고 그러슈? 질문 없으면 난 그만 가겠수.
    중독: @8ㅇㄹ아38$%$##!#)ㄹㅇㅁㄹㅇ883

    (Someday,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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