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다

“이리 앉으세요.”
“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안경을 벗어 거울 앞에 놓는다. ‘언니’가 보자기를 내 목에 두른다.
(켁켁)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참 난감한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장동건처럼 잘라주세요 할 수도 없고.
“그냥 귀 드러나게 짧게 잘라주세요.”
‘언니’는 더 묻지 않고 가위질을 시작한다. 나는 눈을 감는다. 떠도 보이질 않으니 감는 게 차라리 낫다. 난 딴 생각을 한다.
“어떠세요?”
가위질을 마친 ‘언니’가 묻는다.
“안 보여요. 잘 됐겠죠. 뭐.”
안경을 쓰고 보니 너무 길다.
“짧게 잘라 달랬는데…”
“많이 잘랐어요.”
“예.”
“더 잘라드려요?”
“아니 됐어요.”
길이만 빼고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 나는 크게 불만은 없다.
“샴푸하시겠어요?”
“아뇨, 집에 가서 하죠.”
“수고하셨습니다.”
“네. 많이 파세, 아니 안녕히 계세요.”
‘언니’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씩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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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하는 얘길 들으니
    ‘다듬어드릴까요?’를
    ‘더듬어드릴까요?’로 잘못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혼자 당황했다는 어떤 이의 얘기가 생각나네요 :)

  2. 매번 겪는 일이지만 언제나 당황스럽지.
    어떻게 잘라달라고 해야 이상하게 안 자를까.
    그래서 난 스타일의 큰 변화를 요하지 않을 시에는
    이렇게 말하지. “조금씩 다 쳐주세요.”
    전문용어로 하면 “현상태를 유지시켜주세요.”

  3. 넌꾸님, 더듬어주는미용실이어딘지알려주세요

    걸식이님, 하이카처럼 ‘언니’가 다 알아서 해주는 그런 미용실이 있음 좋겠는데 말이죠.(꼭 누구 말투 흉내낸 꼴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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