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꾀

부인께옵서 아씨와 도련님들께 <<열두띠>>(초방책방, 2003)라는 책을 읽어주시는데 삼가 옆에서 듣자하니 내 점꾀는 이랬다.

“뱀띠는 공부하기를 좋아합니다. 서두르지 않는 조용한 성격으로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알 때까지 끈기있게 노력합니다. 지식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어 혼자만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고 때론 독불장군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읽더니 한 마디 하신다.

“웬일이니?”

듣고 있던 아씨께서도 한 마디 거드신다.

“딱이다.”

저걸로 그치면 “혼자만의 세계로 깊이 빠져”든 세상의 온갖 “독불장군” 뱀띠들이 불매운동을 벌일까 저어한 나머지 저자는 말미에 이렇게 해결책을 적어 놓았다.

“차분함이 우울하게 가라앉지 않도록 사람들과 사귀면서 꾸준히 공부한다면 세상에 도움을 주는 학문을 이루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는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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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차분함이 우울하게 가라앉지 않도록 바다에게 맛난 술을 사주면
    세상에 도움을 주는 학문을 이루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웬일이니… 딱이네요…

  2.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식객” 보는데
    음주 커트에 소주병이 보이더라구.
    교묘하게 상표가 안 보이게 해 놓았는데
    그래도 선수들은 척보면 山인줄 알게해 놓았더군.
    그거 보니 바다 생각이 나더라구.
    이번에는 말이야. 부산집 말고 고 옆에 옆에 뒤에 앞에 밑에 옆에 뒤에 뒤에 앞에 있는
    무슨무슨 닭발집이 어떨까.
    맵긴한데 소주하고 먹으면 어떤 맛일지가 궁금해져서 말이지.

  3. 그 닭발 맛이 예술이라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구 쳐먹는 풍경이
    말하자면 코리안 스타일 매조히즘 같긴 하지만서도
    다음에 만날 때는 거기서 한잔 빱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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