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엽이의 일기

일요일 아침, 배가 고팠다. 그래서 엄마한테 가서 말했다.

“엄마, 배고파.”

 엄마가 말했다.

“아빠한테 가서 말하렴.”

그래서 아빠한테 가서 말했다.

“아빠, 배고파.”

아빠가 말했다.

“엄마한테 가서 얘기해 보렴.”

그래서 다시 엄마한테 가서 말했다.

“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가서 말해 보래.”

엄마가 말했다.

“아빠한테 가서 빵 사다 달라 그래.”

그래서 다시 아빠한테 가서 말했다.

“아빠, 빵 사다줘.”

아빠가 빵을 사다 주셨다.

할 수 없이, 마지 못해, 있는 대로 궁시렁거리며 사다 주셨다는 말도 덧붙여야 겠다.

빵을 먹으니까 배가 불렀다. 

그나저나 보자보자 하니까 울 엄마 아빠는 내가 탁구공인줄 아시는 모양이다.

오늘 아침에도 탁구공이 바람에 스치운다.

p.s. 

점심 때다. 울 아빠는 지금 라면을 끓이고 있다. 오늘 점심에도 라면이 바람에 스치운다.

Posted in 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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