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앞에서 2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돌아와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목말라 목말라 목이 말라 깨어난 무서운 새벽 안경 찾기도 귀찮아 안경도 안 쓰고 화장실 불 켜기도 귀찮아 불도 안 켜고 대충 변기를 겨냥하여 일을 본다 무슨 소리가 난다 이 소리도 일종의 존재와 존재가 충돌하는 소리다 후련하다 후련하다 나는 후련하다고 아주 후련하다고 아주 속 시원하다고 생각한다 젠장 이 간단한 조준도 더러 빗나간다 원래 조준은 빗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조준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더러 빗나가도 괜찮다 정말 괜찮다 아침에 아내에게 틀키지 않도록 샤워기를 틀어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린다 물을 뿌리며 나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인간도 있을까 하는 실 없는 생각이나 한다 잠자리에 누워 문득 처방전 없이 신경안정제를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잠들지 못한다 생각에서 두고 두고 지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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