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대비 텍스트

“우리가 병이나 실어증에 걸리듯이 고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때로 하나의 존재가 되기 위해 둘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부른다. 자신의 내면에서 고뇌와 공허밖에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 ‘포기’라는 말은 오로지 ‘버림받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독은 축복받은 것이라고 설교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내면으로 돌아오도록’ 초대해 보시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집에 돌아와야 하는 사람의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 귀가가 풍성한 것이라고, 그들의 고독이 행복한 것이라고 축복해 주어도 소용 없다. 음악의 어둠 속에 환한 빛이 있다고 말해 봐야, 책의 침묵을 다정한 목소리하고 말해 봐야 소용 없다. 그들은 불이 켜져 있어야 잠이 들며, 스위치를 넣은 텔레비전 화면만이 이들이 해체되지 않도록 지켜준다.” ─ pp. 143~44(책 제목은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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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 최근 몇년간 불 끄고 잠든 적 없소.
    집에 들어오면 일단 티브이를 켠다오.
    어찌 이런 글을…흑흑…

  2. “알도메트, 넴뷰탈, 테트라시클린, 클로로미세틸, 세르파실, 플라시도, 라르고스틸, 스텔라진, 레스테클린, 리브락스, 클로니딘, 클로리날, 인데랄, 이노시드, 아리스토코르트, 네오코르테프, 질로프림, 부타졸리딘, 박트나, 셉트라, 페닐부타존, 메틸도파, 알로푸리놀, 히드로코로티아지드, 그리고 수없이, 수없이 많은 발륨.(p217)”을 상습적으로 복용하시오.

    약물이 우리를 건너가게 할거요. 아니면 마약이나.

  3. 늦은 게 어디 약쟁이뿐이겠소.
    이제는 뭐가 되기에도 다 늦었소.

    릴케가 말했소.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모르긴 해도 무주택자는 집을 신축하지 않는다는 뜻같소.
    이어지는 구절은 더 신산하오.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남아
    책이나 읽고 낙엽지는 거리를 헤매다닌다고 하오.

    바람이 차니 이불 덮고 주무시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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