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저편에서 이편으로, 한 마리의 배 나온 돌고래와도 같이 힘겹게 건너와 숨을 고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툭 친다. 돌아보니 수영강사다. 자기 수강생이라고 알은체를 하는 거다. 강습 없는 날 혼자 나와 연습하는 제자를 보니, 딴에는 기특하기도 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님, 열심히 하시네요.”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 예.” 그러고선 그는 휑하니 가버리고, 나는 또 멀고 먼 레인 저쪽을 노려본다.
음~파! 음~파! 다시 피안을 향해 헤엄쳐 가며 호흡과 호흡 사이에 나는 생각에 잠긴다. ‘흥, 아버님이 뭐야, 아버님이.’ 그렇다면 수영강사는 나를 무어라 불러야 했을까. 그가 내 이름을 기억할 리 없으니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 ‘저기요’도 그렇고, ‘이봐요’도 아니고, 막 해보자는 게 아니면 ‘코 큰 아저씨’할 수도 없을 테고, ‘선생님’도 우습고, ‘수강생님’은 낯 간지럽고, 그렇다고 막말로 ‘형’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나를 부를 적당한 말이 없다. 우리에겐 타인을 부를 적당한 말이 없다.
거기 댕기면 나도 아버님 되는 거요?
아이 좋아라 태어나 처음 듣는 말 “아버님!”
나도 수영이나 배우러 다녀야겠구려
호칭은 둘째치고
수영은 한 번 배워볼만 하오.
가까운 동네 산다면
내가 아침마다 차로 픽업해서
수영장에 ‘모시고’ 다니겠소만
여건이 안되니
그냥 혼자 다니시오.
용기를 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