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부엌 창문 너머로, 스쿨(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아이들을 실어오는)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우와 엽이가 걸어 온다. 둘이는 장난을 치는 듯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 듯도 하다. 다정한 오누이다. 단지 내 찻길을 횡단 할 때쯤이다. 위험하니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우가 엽의 손을 챙겨잡는다. 둘이는 그렇게 손을 꼭 붙잡고 길을 건너 시야에서 사라진다. 곧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내 고요한 시간 속으로 쳐들어 올 것이다. 저 녀석들은 지네 아빠가 가끔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신들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음을 언젠가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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