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시간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알폰소 루아노 그림, 서애경 옮김, <<글짓기 시간>>, 아이세움, 2003(초판 1쇄), 2007(초판 11쇄)

군인이 학교에 찾아와서 아이들에게 글짓기를 시킨다. “여러분이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집에서 어른들이랑 무슨 일을 하는지 쓰란 말이다. 어떤 손님이 놀러 오는지,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쓰란 말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자유롭게 써!”

아이의 부모는 밤마다 남몰래 라디오를 듣는다. 그건 군인들에게 잡혀갈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학교 담벼락에도 ‘독재 타도’라는 말이 적혀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렇게 쓴다. “엄마가 밥 먹자고 부르시면, 우리 식구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나는 국만 빼고 뭐든지 참 잘 먹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엄마랑 아빠는 소파에 앉아 체스를 두시고 나는 숙제를 합니다. 내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도 엄마랑 아빠는 체스를 두십니다. 그 뒤로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는 자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잘 썼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체스 판을 사 두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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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쓴 작가다.

북한산


아이들을 계곡물에 잠시 놀게 하고 난 백숙을 먹었다.

부전자전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책을 몇 권 주웠다.
그 중에 <<안네의 일기>>가 있길래 애들에게 주며
히틀러, 유대인, 독가스 등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아들녀석이 이런 소리를 했다.
“누나, 아빠가 독가스 마시면 죽는다고 했잖아. 근데 돈까스 먹으면 맛있지 않아?”
아빠의 쿨cool한 DNA 탓인가?
짜식이 닮을 걸 닮아야지. 대체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