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2013년 8월

—하느님, 오늘도 이 유니버스의 대소사를 몸소 챙기시느라 정신 없이 바쁘시겠지만 축구장 네 배 만하게 고난이 보석이라고 써붙여놓은 저기 저 대로변 교회에 더 많은 고난을 보내주소서. 아멘

—물론 사물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다. 거울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생일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아들에게, 순간적으로, 그게 니가 원하던 거냐, 라고 물을지 아니면 니가 원하던 게 그거냐, 라고 물을지 망설이는 사람이다.

Chasing Mavericks

“Four pillars of human foundation are the physical, the mental, the emotional and the spiritual.” (Frost)

“One thing you’ve got to know … fear and panic are two separate emotions. Fear is healthy, panic is deadly.”(Frost)

“He came to surf Mavericks.”(Frost)

“I’m not sure what you think fathers are supposed to be… but now I know what they should be.”(Jay)

“We all came from the sea but we’re not all of the sea. Those of us who are children of tides must return to it again and again until the day we don’t come back leaving behind only that which was touched along the way.”(Frost)

메모—2013년 6월

—아이들이 인터넷 어디선가 봤다는 치킨 명언; “치킨을 먹은 뒤 남은 뼈다귀가 후라이드인지 양념인지 모르게 하라.”

—니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무거운 장바구니를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달해 주는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라.

—그의 오른쪽 귀ㅅ바퀴에는 늘 몽당연필 한 자루가 꽂혀 있다.

—설상가상을 한자로 쓰려는데 눈 설 자가 생각이 안났다. 이런 날 비웃는 당신은 한 일 자도 잊어먹기 바란다. 이상 책임의사 따위

—이번 신호에 건너 가야한다. 멈출 수 없다.

—많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외우자.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서른에 잔치를 끝낸 최모 시인의 인터뷰가 조모 신문에 실렸다.

—RPM; Revolution Per Minute. 분당 혁명수. 그 어려운 혁명을 1분에 수천번씩 해치우다니. 거리의 저 혁명가들. 오늘도 빵빵 거리며 어디론가 혁명하러 가고 있다.

—RPM은 올라가는데 속도는 떨어지는, 그런 이상한 차는 없다.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경품으로 받은, 백설공주 허벅지살처럼 하얀 쿨토시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거 시원하냐고 물었다. 자외선 차단용일 뿐이라고 단순하게 대답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잘 못했다. 이렇게 드립을 쳤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네, 얼음 스타킹처럼 시원합니다. 오오, 그랬더라면 뭔가 페티쉬 하기도 하면서, 또 뭔가 말 받아치는 재미도 있으면서, 또 없는 촉도 있어 보였을텐데. 잠이 안 온다. 내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다마스에 ‘자동차 외형복원’이라고 써붙여 놓고 거리에서 차를 고쳐 주고 있는 사람은 작은 카센타를 하나 차리고 싶을 것이다. 1톤 트럭에 ‘청송 꿀사과 10000원’이라고 써붙여 놓고 과일을 팔고 있는 사람은 작은 과일 가게를 하나 차리고 싶을 것이다.

—초코파이를 먹으면 부스러기를 흘리게 마련이다. 걸레를 빨면 구정물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제어기 함을 함부로 열거나 기계를 만지는 사람은 도로교통법 제68조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 러니까 앞으로 제어기 함을 열 때는 조/심/스/럽/게 열어야겠다.

메모—2013년 5월

—자본과 교회의 공통점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느 국도변에 서 있는 교회의 십자가, 말 안 들으면 매단다고 협박하는 것 같다.

—’체’와 ‘쳇’의 중간정도 되는 발음을 들었다. ‘쳏’으로 표기하겠노라. “쳏, 당신 땜에 그래. 당신 땜에.”

—생각해보니 꽃시절이라는 말보다는 꿀시절이라는 말이 더 나았을 것 같다.

—문신을 새긴다면 차카게 살자, 보다는 그런가보다, 가 나을 것 같다.

—세 식구가 사는 친구는 개를 키우는데 집에 들어가면 개만큼 자기를 반겨주는 존재가 없다며 어쩌면 세 식구 모두 다 각각 개하고 자기하고제일 친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에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진리’라는 말을 읽는 순간 어떤 회한이 밀려 왔다.

—아빠, 형아한테도 포커 가르쳐 줘가지고 세 명이서 포커하자, 라고 막내가 말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러니까 세상에는 데카르트의 오른손 뼈를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