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집에서 키우는 말 못하는 짐승이 많이 아프다.

아이들이 계곡에서 잡아온 송사리 세 마리, 멸치 가루 받아 먹으며 플라스틱 물병 속에서 일주일 째 버티고 있다.

화분 속의 알로에 한 그루, 너무 크게 자라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선인장 하나, 말라 죽고, 다른 선인장 하나, 화분보다 크게 자랐다.

로스트 겁 헤드*

주)*로스트 겁 헤드는 겁이 없다는 뜻을 가진, 저 한 시대를 풍미 했던 비속어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어록

거절 못하는 아내,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키워주기로 하고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왔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 작은 상자로 마련해 준 임시 거처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다.
아이들, 신났다.
우가 말한다. “야야, 에리기가 혜성한테 너무한다. 집 밖으로 나오려고 혜성이 등을 밟는다.”
엽이가 대꾸한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좋다.”

아내와 고양이

따위: 어제 밤에 내 그대를 위해 시 한 수 지었소.
싸모님: 읊어봐.
따위: 한밤중에 목이 말라 안방 문을 열어보니/ 싸모님 앞에 고양이가 고독에 절여져 있네/ 싸모님이 고양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싸모님: (웃음)
따위: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양이 고독구이를 먹을 수 있네.
싸모님: 말만 들어도 끔찍하다.
따위: 어때?
싸모님: 훌륭해. 근데 목이 마른데 왜 안방문을 열어? 냉장고를 열어야지.
따위: 역시 예리하셔. 그게 바로 이 시의 감상 포인트야. 부조리한 세상에는 부조리하게 대응해야 하는 거거덩.

덤덤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을 물어 보는 목소리에서 쓸쓸함이 조금 배어 나왔을 뿐 김포 어딘가에 가서 고양이를 화장하고 온 아내는 생각보다 담담해 했다. 막내는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고 위로 두 아이는 태권도장에 간 시간, 아내는 저 혼자 어둠 속에 누워 슬픔을 삭이고 있다. 마음이 영 싱숭생숭하여 컴퓨터 앞에서 한참 딴짓하가다 위로해 준답시고 가서 슬그머니 들러 붙었다.

왜 또 들러 붙어?
내 맘은 좋은 줄 알어.
그러게 있을 때 잘해주지, 고양이 오줌 쌌다고 있는 대로 신경질이나 내고, 오줌도 자기가 치웠나 뭐. 내가 다 치웠지.

결국 본전도 못 건졌다.
태권도장에 다녀온 엽이가 물었다.
엄마, 엘리 언제 와?
병원에 오래 있어야 된대. 아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