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느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

노인은 60년대 중반에 군에 입대했다. 훈련병 시절, 일요일이면 해야하는 사역이 너무 힘들어 종교행사 참석을 선택해서 열외병이 되었다. 너무 많은 사병들이 열외병이 되자 사역을 해야할 병사가 부족해 화가난 하사관이 다가와 갖은 욕설을 퍼부어 댔다. 그러고도 분이 덜풀렸는지 그 하사관은 사병들에게 무조건 담배를 물라고 시켰다. 그것도 한 개비도 아니고 세 개비였는데 하나는 입에 물고 둘은 양 코구멍에 물어야 했다. 열외병들은 그 상태에서 담배에 점화를 한 다음 군종병의 구호에 맞춰 구보로 교회로 이동을 해야 했다. 담배 연기를 아니 마실 재간이 없었다. 노인은 그렇게 해서 담배를 배우게 됬다며, 이제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확 끊어 버려야지

“나우 아빠, 복도에 나가서 담배 핀 적 있어?”
늘 웃음 띤 얼굴을 하고 있는 경비 아저씨가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아뇨. 베란다에서 피우는데…”
“그렇군. 위층에서 담배 냄새 난다고 뭐라 그래. 밖에 나와서 피워.”
“그래요? 알았어요. 안 피울게요. 안 그래도 끊으려는 참입니다. 가족들도 난리고.”
“그래. 끊어. 돈 버리고 몸 버리고…”
“네.”

센서

크리스마스에 멀쩡한 집에 불이나 담배를 다시 피워 물었다는 누군가에 비하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이유로는 영 왜소하지만 아무튼 나는 한 10개월 전에 출판다 갔다 오는 길에 한 참을 망설이다 담배 한 값을 샀다.

한 동안은 가족들 몰래 도둑 담배를 피웠는데, 결국 아내한테 들켰다. 아내는 아빠가 담배 피운다고 애 셋에게 소문을 냈고 그래서 지금은 다 안다. 그래도 자식들 앞에서는 피우지 말자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제 아주 대놓고 피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아무리 오밤중이라 보는 이 없다지만 주제에 체면에 잠옷 바람에 나갈 수는 없으니 바지 입고 외투 걸치고, 한 겨울에 담배 피러 밖에 나가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담배 피다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양말만은 차마 신을 수 없어 맨발에 2006년 여름에 롯데마트에서 산 ‘쓰레빠’ 끌고 나간다.

이 때는 가능한 한 계단을 이용하는데 그게 다 몸 생각해서다. 이상하다. 내려갈 때는 계단이 49개였는데 올라올 때는 50개다. 이만한 일에 바쁜 귀신들이 곡을 할 리는 없고 날 밝으면 다시 세어봐야 겠다.

아, 원래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데 그건 날을 좀 세워서 해야 겠다. 제목을 괜히 저렇게 달아 놓은 게 아니다. 물론 언제 날이 설 지─”의존명사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한글 바로 쓰기>>(종로서적), p55─는 모른다. 오늘 밤에도 담배 연기가 바람에 스치운다.

따위 블루 37’2

<베티 블루>를 봤어요.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잃고 글을 썼어요. 치닫는 건 무서워요. 난 눈보다 더한 것도 도려낼 수 있죠. 이번 주는 은유 주간이에요. 아이들에게 은유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거죠. <일 포스티노>를 보여 줘야 겠어요. 다 쓸 데 없죠. 그 남자는 왼손잡이였어요. 광기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어요. 아이에게 만년필을 사줬어요. 나도 한 1년 만에 손에 펜을 잡았죠. 뭘 쓰겠다는 건 아니에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왔어요. “글 쓰는 거랑 벽 허무는 게 무슨 관계지?” 아이는 꿈속에서 <수학 귀신>을 만나겠다고 벼르다가 잠들었어요. 그럴려면 그러라죠 뭐. 날은 춥고 대화는 없었죠.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잃고 글을 썼어요. 그 남자는 왼손잡이였어요. 그 쓸쓸한 장면에서 문상객 명단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어요. 영화가 끝났죠. 인생이라고 뭐 다르겠어요. 죽을 때는 내게 와서 죽길 바래요. 담배가 피우고 싶어요.

 

 

 

 

 

 

근황


못쓰고 있음.


거들떠도 안 보고 있음.

수영
두 번째로 산 수영복이 너덜너덜 해졌음.
섹시한 선수용 삼각 수영복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
오리발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중.
스승의 날, 강사에게 선물한다고 반장 아줌마에게 거액을 뜯김.

사진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음.

자전거
이게 내가 새로 정신이 팔려 있는 뉴 아이템임.
버니홉(Bunny Hop)과 스탠딩(Standing) 맹 연습중.

담배
가끔 무지하게 피고 싶음.


별로 안 마시고 싶음.

관계
맺고 싶은 관계는 성관계 밖에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