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시간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알폰소 루아노 그림, 서애경 옮김, <<글짓기 시간>>, 아이세움, 2003(초판 1쇄), 2007(초판 11쇄)

군인이 학교에 찾아와서 아이들에게 글짓기를 시킨다. “여러분이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집에서 어른들이랑 무슨 일을 하는지 쓰란 말이다. 어떤 손님이 놀러 오는지,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쓰란 말이다.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자유롭게 써!”

아이의 부모는 밤마다 남몰래 라디오를 듣는다. 그건 군인들에게 잡혀갈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학교 담벼락에도 ‘독재 타도’라는 말이 적혀 있”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렇게 쓴다. “엄마가 밥 먹자고 부르시면, 우리 식구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나는 국만 빼고 뭐든지 참 잘 먹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엄마랑 아빠는 소파에 앉아 체스를 두시고 나는 숙제를 합니다. 내가 자러 들어갈 때까지도 엄마랑 아빠는 체스를 두십니다. 그 뒤로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는 자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쓴 글을 읽은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잘 썼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체스 판을 사 두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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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쓴 작가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지음), 우석균(옮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2004(1편 1쇄), 2006(1편 8쇄)

네루다의 시집을 탐독한 마리오가 메타포를 무기로 동네 처녀 베아트리스를 꼬셨다. 이러하다. “그가 말하기를 제 미소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대요.” 마리오는 또 이런 말도 했다. “그대 머리카락을 낱낱이 세어 하나하나 예찬하자면 시간이 모자라겠구려.” 하는 수작이 뻔하나 베아트리스는 마리오에게 넘어갔다. “마리오가 해준 말은 허공에서 사라지지 않았어요. 저는 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할 때도 그 생각을 할 거예요.”

과년한 처녀를 둔 과부는 기가 막히다. “더 이상 말할 것 없어. 우리는 아주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렸어. 처음에 말로 집적대는 남자들은 다들 나중에 손으로 한술 더 뜨는 법이야.” 그러고는 딸에게 당장 가방을 싸란다. 잠시 떠나 있으라는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악다구니를 썼다.”

“‘기막혀! 남자애 하나가 내 미소가 얼굴에서 나비처럼 날개짓한다 그랬다고 산티아고에 가야 되다니.’
과부 역시 열을 올렸다.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 사이에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걸! 퍼질러 잠이나 자!'” 대단한 과부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은유를 가르칠 때 교과서로 삼기에 딱 좋은 책인데 내용이 야해서 저어된다. 그밖에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이라는 것, 영화와 책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는 것, 경쾌하게 읽히나 내용은 짠하다는 것,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는 것을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