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모

S#1. 어제 어느 비디오 가게
주인 : 손님,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나 : 자귀모 있어요?
주인 : 자귀모요?
나 : 네.
주인 : 그거 옛날 거 아니예요?
나 : 네, 좀 오래 됐죠.
주인 : 없어요.
나 : 비디오 테이프도 없어요?
주인 : 없어요.

S#2. 오늘 어제와 다른 어느 비디오 가게
나 : 저, 자귀모 있어요.
주인 : (컴퓨터를 두드려보더니) 네, 있어요.
나 : 주세요.
주인 : (만화책 분실했다가 찾아다고 가져다준 어느 학생과 한참 대화를 한 연후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저, 그거 한국영화예요?
나 : 네.
주인 : (또 한 참을 뒤적거리다가) 여기 있네요. (카운터에 가 앉으며) 전화번호요.
나 : 처음이라 등록 안 돼 있을 겁니다.
주인 : 신분증 주세요. 성함이 이따위예요?
나 : 네
주인 : 집 전화번호는요? (사이) 핸드폰 번호는요? (사이)

S#3. 귀가 중에
우 : 아빠, 그게 모야?
나 : 자귀모야.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이래. 그런데 여기 봐. “18세 이용가”라고 돼 있지. 이 말은 너는 못본다는 뜻이야.
우 : 그런 게 어딨어. 뭐가 맨날 그래. 나도 보면 다 알아. 내가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 : 너 잠들면 볼 건데.
우 : 나 잠 안 잘 수 있어. 새벽 세 시까지 안 잔 적도 있는데.
나 : 그래?

S#4. 귀가 후
우 : 아빠.
나 : 또 왜?
우 : 난 암만해도 이해가 안 돼.
나 : 뭐가?
우 : 아니 귀신들이 어떻게 자살을 해?
나 : 귀신들이 자살을 했겠냐. 자살한 인간들이 귀신이 됐겠지.
우 : 그렇구나.

하여간 이리해서 자귀모를 보았다. 헛고생 했다.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자귀모를 빌려봐야 했던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