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깨어나 하루의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린다.

재잘거리는 소리, 장난치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 조심성 없이 문을 여닫는 소리, 나우의 이상한 웃음소리, 말도 안 되는 말로 뭔가 우기는 소리(가령, 어제 밤에는 언이와 엽이가 쇼파에 뒹굴면서 언쟁을 벌였다. 언이는 바이러스는 빨간색이라고 주장했고, 엽이는 사람 눈에 안보이는 바이러스를 너만 보았느냐고 논박했다)가 들린다.

(아, 이건 비밀인데 아이들은 아내와 함께 안방에서 우르르 몰려자고, 나는 내 방에서 혼자 잔다. 아내는 아이들이 저렇게 법석을 떨어도 잘 잔다. 나를 제외한 저들이 잠든 모습을 보면 더러 한숨도 ─어떻게 먹여 살리나─나고, 더러 뿌듯하기도 ─저것들이 다 내 조직원이란 말이지─하다. 그 모습을 몇번인가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사진은 보여줄 수 없다.)

그리고 비, 비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이들이 안방을 나와 내 방 방문을 확 열어제끼며 뛰어들어올 까봐 두렵다. 그러면 아빠로서 나의 하루도 시작된다. 어쩌면 내리는 비를 뚫고 빵집에 먼저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평화롭다.

아, 이런 제길, 온다. 오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