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을 다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봤다. 찬사는 아껴두고 몇 가지 흠을 잡는다. 첫째, 편집을 다시 하면 좋겠다. 내용에 비해 너무 길고 자주 질질 늘어진다. 같은 그림을 되풀이 해서 보여주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이것저것 걷어내고 압축하면 지금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막이 유치하다. 워딩wording을 다시 했으면 좋겠다. 주제에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다만 감독이 글쓰기 훈련이 덜 되어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다. 인간, 죄 많은 족속이다.

“히로뽕은 필로폰(Philopon), 즉 ‘일을 사랑한다’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 상표명을 붙이고 대일본제약이 1940년부터 시판한 각성제로, 약물로서의 이름은 메스암페타민이다.”

─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p323

봄, 마지막 초읽기

빈문서 1쪽, 1줄, 1칸에서 1초 간격으로 명멸하는 커서―

마지막 30초, 하나, 둘, 셋, 넷,

늦어도 아홉에는 착점을 해야 하는데―

다섯, 여섯,

봄날은 가는데―

일곱, 여덟, 아…

나는 꽃에게도 원한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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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