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치원 끝나고 털레털레 집에 오는 길, 언이는 방과 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제 누나를 발견한다. 언이는 거의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다. 누나아아아아!
내츄럴-본-해브-노-아이디어-이리테이팅-보이*, 즉 말썽꾸러기 제 동생이 다가 오자 누나는 어떻게든 녀석을 떨쳐낼 궁리를 한다. 언이야, 누나가 누나 전재산 다 줄테니까 너 먼저 집에 가.
정말?
응. 정말!
오, 예에. 알았어.
언이는 소 뒷걸음질 치다 신대륙을 발견한 대가로 제 누이의 전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풍선껌 사먹어야지.
2.
얼마 전에는 어느 집에 양말을 벗어 두고 왔는데 며칠 전에는 어느 사무실에 새로 산 책을 두고 왔다. 그 양말은 현존하는 내 양말 중에서 가장 좋은 양말이지만 없어도 크게 괴롭지는 않다. 급하면 개구리 왕눈이 왕눈 만하게 구멍 난 양말이라도 신으면 된다. 문제는 책이다. 내 전재산을 다 털어 주고서라도 얼른 되찾고 싶지만 먼 길 나서기가 귀찮다. 개명된 세상, 어찌 해결책이 없으랴.
그제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책을 택배로 달라고 요청했다. 어제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책을 발송했는지 물었다. 그는 그제서야 보내겠다고 답장을 보내왔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지금 사무실 주인에게 문자를 보내 택배를 보냈는지 묻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다.
언제 오려나? 책 기다리가다 남해 금산 망부석 되겠다. 늘 그렇듯 무슨 책인지는 말해주지 않겠다.
* Natural-born-Have-no-idea-Irritating-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