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다가 짬을 내어 책을 읽는다. “열아홉 살 때 멜빌은 종종 다락방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앞의 문장을 만나자 나는 ‘다락방’이 부러워진다. 내 유년에도 다락방이 있었으면 하며, 밑줄을 긋는다. ‘다락방에 있는 자신의 책상’까지 긋는다. 다음 순간 ‘다락방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까지 줄을 쳐야할 것 같다. 그렇지.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책상 앞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에서다. 다시 다음 순간,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락방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까지 밑줄을 연장한다. 이어서 다시 ‘글을‘이 눈에 들어오고, 제길, 결국 ‘썼다‘가 들어온다. 못 볼 걸 본 것이다. 결국 나는 ‘다락방에 있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까지 밑줄을 긋고 만다. 그리고 문장에서 살을 발라낸다. ‘멜빌은 글을 썼다.’ 그렇구나. 멜빌은 글을 썼구나. 그리고 나는 참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