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착한 일을 했다. 카운터에 무료하게 앉아 있던 도서관 사서를 킥킥거리게 만들어 주었다. 그 사서가 저렇게 재미 있는 남자 있으면 당장 시집가겠다, 고 생각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내가 궁예 형한테 배운 관심법으로 다 봤다. 물론 그 사서는 뭘 모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마를렌느 과자를 치사하게 혼자 다 먹었다. 마르렌느 과자를 치사하게 혼자 다 먹던 마르셀 프루스트가 지가 어려서 먹었던 그 “과자 때문에 되살아난 이미지, 시각적 기억이, 이 맛의 뒤를 따라 내 자아에까지 이르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게 역시 내 궁예적인 멘탈 애꾸눈에 뻔히 보였다.
나는 오늘 오이소배기 속 양념 부추 먹다가 어떤 기억이 목구멍에 걸리는 바람에 켁켁, 거렸다. 나는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린 그 기억이 부추 맛의 뒤를 좇아 내 오장육부적인 자아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했다. 내일은 또 무슨 착한 일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