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

오늘도 난 착한 일을 했다. 카운터에 무료하게 앉아 있던 도서관 사서를 킥킥거리게 만들어 주었다. 그 사서가 저렇게 재미 있는 남자 있으면 당장 시집가겠다, 고 생각하는 게 내 눈에 보였다. 내가 궁예 형한테 배운 관심법으로 다 봤다. 물론 그 사서는 뭘 모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마를렌느 과자를 치사하게 혼자 다 먹었다. 마르렌느 과자를 치사하게 혼자 다 먹던 마르셀 프루스트가 지가 어려서 먹었던 그 “과자 때문에 되살아난 이미지, 시각적 기억이, 이 맛의 뒤를 따라 내 자아에까지 이르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게 역시 내 궁예적인 멘탈 애꾸눈에 뻔히 보였다.

나는 오늘 오이소배기 속 양념 부추 먹다가 어떤 기억이 목구멍에 걸리는 바람에 켁켁, 거렸다. 나는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린 그 기억이 부추 맛의 뒤를 좇아 내 오장육부적인 자아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했다. 내일은 또 무슨 착한 일을 할까.

며칠 전 식탁 머리에서 아이들에게 해줬던 얘기인데 나중에 또 써먹으려고 에버노트에서 여기에 꺼내둔다.

“실제로 상대적인 크기까지 고려해서 태양계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교과서에 여러 쪽을 펼칠 수 있는 면을 만들거나, 폭이 넓은 포스터용 종이를 사용하더라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상대적 크기를 고려한 태양계 그림에서, 지구를 팥알 정도로 나타낸다면 목성은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야만 하고, 명왕성은 2.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야만 한다(더욱이 명왕성은 세균 정도의 크기로 표시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도 없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pp.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