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농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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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부터 ‘펠로폰네소스 농담사’라는 말이 자꾸만 머리속(안다, ‘머릿속’인 거)을 맴돈다. “아이고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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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아무일 없음

# 냉장고 속에서 오래 오래 오래 묵은 음식이 썩어 가듯, 그렇게, 뭔가가 내 속에서 천천히 문드러지고 있다. 밀폐용기에 밀폐된 채 망가져 가는 것, 그것은 젊은 날의 흑사랑일 수도 있고 관념적인 인간의 관념일 수도 있고 또는 그거일 수도 있다.

# 어제는 첫 눈이 내렸고, 그제는 세 조각의 햄을 아이들에게 한 조각씩 나누어 먹였다. 나는 먹지 않았다. 오늘은, 두어 달 전에 아내가 마트에서 눈 흘기며 사 준 과자 상자에서 다 먹은 줄 알았던 오레오 한 봉지를 발견했다. 아비된 자로서 햄을 자식들에게 양보했다고 계룡산 산신령님이 복을 주신 것이니 이 오레오는 나 혼자 다 먹을 것이다.

# 보름쯤 전에는 “너무 많아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의 부사를 문장 여기저기에 꾸역꾸역 마구마구 쑤셔넣은, 도대체 말도 되지 아니 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글”을 쓰고자 했었다.

# 창고에서 10년 쯤 전의 물건을 하나 꺼내 잘 닦고 기름 쳐서 책상에 올려두었다.

# 일주일 전에는 친구와 <태안 해변길>을 걸었다.

# 나는 잘 밀폐된 밀폐용기다.

# 밀폐용기를 열고 오레오를 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