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덥다

김애란의 소설에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다, 라는 문장이 반복 되는 게 있다. 제목은 잊었다. 편의점 어쩌구 했던 것도 같고 아닐 지도 모른다.

가끔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다, 라는 문장을 흉내 낸다. 표절이다. 방금도 그랬다. 아내가 세탁기 안의 빨래가 다 내 꺼라고, 날더러 널라고 그러고 외출을 하고 난 뒤, 빨래를 널다보니 오우 마이 갓, 내 것이 아닌 빨래가 섞여 있는 거다.

아니 내 빨래 아닌 게 있는데 왜 다 내 꺼라 그런 거야, 아 내 빨래가 대부분이라는 뜻이었구나. 아내가 처음부터 그런 뜻으로 말한 걸 내 몰랐던가. 그럴리가. 나는 언어가 괴로운 사람이다. 나는 언어가 덜 자란 사람이다. 나는 피곤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