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가루

밤에 보니 식탁 우에 콩가루가 놓여 있다.

아침이다. 사모님이 말씀하신다.

“저거 미수가루야.”

그렇구나. 콩가루인 줄 알았는데 미수가루구나.

“그래? 타줘.”

“나 어떻게 타는지 몰라. 타먹어.”

그럴 수도 있지. 미수가루 타는 법 모를 수도 있지. 나는 슬프다.

아, 내가 저따위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었군, 하고 반성하신 사모님 미수가루를 타다 주신다.

“야.”

그저, 고맙습니다, 하고 먹으면 될 걸 나는 또 묻는다.

“잘 저었어?”

이번에는 국물도 없다.

“저어 먹어.”

봄이다. 미수가루 먹는다.

아래 문자는 사이시옷용 시옷이다.

ㅅㅅㅅㅅㅅㅅ

어떤 잔해

육신에서 언어가 빠져 나가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나는 늘 이런 상태를 꿈꿔 왔다. 언어 없는 의식. 그저 짐승. 그저 물질. 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