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온 택배를 제 집에 가져다 주러 가다가 옆 라인 현관 앞 계단에서 넘어질 뻔 하였으나, 손에 든 핸드폰으로 계단 모서리를 살짝 짚어 대형 참사를 면하였도다. 마음 같아서야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맨손으로 짚고 싶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액정에 금이 갔길래, 강화유리가 또 갈라졌군, 별일 아니야, 갈아붙이면 돼, 가던 길 마저 가야지, 하며 수십수백수천 계단을 걸어올라 택배 상자를 주소지 문앞에 두고, 수십수백수천 걸음을 걸어 집에 돌아와 평소 유비무환 정신으로 수십수백수천 장을 사모은 강화유리를 꺼내놓고 깨진 강화유리를 떼어냈더니, 아 사고 당시 겉만 깨진 것이 아니라 속까지 깨졌던 것이었다.
거 세상 굽어보며 위에 계시다는 양반, 나한테 왜 그래요? 로또 사라는 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