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마지막 문장

수상한 바람이 떼로 몰려오는 밤

목 매달기 딱 좋은 나무 밑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문장 따위는 쓸 수 없어 좋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다가 마는

바람

시시한 시간을 견디면

본격적인 슬픔이 온다

좀처럼 오지 않는

본격적인 본격

온다

시시껄렁한 시간을 견디고 견디다가

드디어 크게 한 번 흔들리고

꺾여 쓰러진 나무

나무는 괜찮은 문장을 쓰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