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어려서도 가훈을 적어오라는 거지 같은 숙제가 있었다.
우리집이야 가훈 따위가 있을 리 없는 명문가였으니 대충 좋은 말로 적어갔으리라.
“우리집 가훈이 뭐예요?” 며칠 전 나우가 물었다.
“읽어라.” 내가 대답했다.
“아니, 장난하지 말고 진짜로 말해줘요.” 나우가 다시 물었다.
“농담 아니다. 읽어라.” 내가 다시 대답했다.
후일담은 모른다.
나우가 다시 묻는다면, 혹은 기엽이가, 혹은 기언이가 이런 숙제를 해가야 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개념.”
2.
요즘은 자식들에게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효과가 있는지 나우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빠, 그러니까 기엽이가 지금 개떡 같이 말했는데 내가 찰떡 같이 알아들은 거지?”
3.
“아빠, 왜 앞머리가 길면 앞머리를 자르고, 뒷머리가 길면 뒷머리를 자르고, 옆머리가 길면 옆머리를 잘라?” 머리 자르러 가는 길에 언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앞머리가 긴데 옆머리를 자르면 앞머리가 짧아져?” 내가 대답했고 녀석이 웃었다.
가보니 미용실 문이 닫혀 있었다. 생각해 보니 화요일이었다. 화요일은 미용실이 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