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지음), <<푸르른 틈새>>, 문학동네, 2007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타고 난 뒤에─아마도 이때다 하면서(어디 가겠는가? 나의 시니컬이)─ 재발간 된 소설책, 하여 1년여를 보관함에 담겨 있다가 얼결에 장바구니로 옮겨와 기어코 배달되어 온 책. 읽다 보니, 뭐야 이거 성장소설아냐?, 싶어 그제서야 뒷표지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젊음의 슬픔과 방황, 그 소진과 성숙의 의미를 독특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어쨌든 읽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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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고 일어난 휴학생 딸과 “낡은 소파에 누워 있던 아버지”가 “아버지, 라면 끓일까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낮술 하는 장면만 따로 떼어 단편 영화 하나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슬픈데 코믹한 영화.
“그러엄! 이기 말하자문 전골이라, 전골, 라면전골이라.”
아버지는 꿀꿀이죽처럼 잔뜩 풀어진 라면냄비에 숟가락을 꽂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오오, 라면전골. 그렇군요”
굴과 계란이 든 라면을 먹으며 아버지와 나는 자기 몫의 소주 한 병씩을 마셨다. 아버지와 나는 대화에서도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라면냄비와 소주병을 나누었듯 아버지와 나는 대화에서도 각자의 몫을 독백했다. 아버지는 당신만의 울분을 큰 소리로 토로했고 나는 나만의 상념을 중얼중얼 주워섬겼다.
“아……. 눈을 뜨자마자 소주를 마셔도 되는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