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다가 잠시 딴짓: 무협 교과서를 읽다.

“자나깨나 앉으나서나 그 무서운 쿵후고수의 협박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그날부터 무술에 관련된 모든 책과 기록을 들추어 취권(醉拳)과 철선권(鐵仙拳)에 대해 미친듯이 파고 들었다. 취권이나 철선권이나 다 남북소림권이 주체가 된 외가권의 한 유파이다. 여기에는 천문계와 지당계가 있는 바 천문계는 도약기술로 상대의 몸을 뛰어 넘고 싸우며 지당계는 땅위를 구르며 아크로바트나 요가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묘기로 겨룬다고 했다. 취권은 지당계로 아래를 노리는 듯하다가 위를 치고, 왼쪽을 겨누다가 오른쪽을 공략하는 고도로 발달한 페인팅 기법을 쓴다. 그 고수는 신체의 각 기관이 어떤 부딪힘과 충격에도 견딜 수 있게 잘 단련되어 있다고 했다. 쓰러짐으로써 상대의 공격을 무산시키고, 자빠짐으로써 자신이 받은 충격을 완화시키는 기묘한 비술. 흠! 철선권은 그 취권의 비법 위에 쇠부채를 더한 것이로군. 스테인리스 조각으로 된 부채의 살은 보통 13개. 길이 약 30cm정도. 그 철선으로 상대의 코나 귀를 잘라버림은 물론, 고수의 경우 인간의 목까지 참수해버릴 수 있는 가공할 소림병기의 하나라고 했다.”

“천 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만 일의 연습을 연(鍊)이라 한다. 이 단련을 거치지 않고는 절대 승리할 수 없다. 가라테 그것은 무기를 갖지 않은 자의 대결수단이다. 인간의 손을 칼로 하고 온몸을 탄환으로 하는 기술이다. 스피드와 타이밍, 파워의 훈련 위에 정신집중이 가미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인적인 파괴력이 나온다.”

─ 방학기 作, <<지상 최강의 승부사 최배달, 바람의 파이터>>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