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등산맨

생강을 다듬으며 생각한다
생강빵맨은 생강이면서 빵이면서 맨이구나
큐브의 도를 나는 결국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생강빵맨 생각이 오늘 내가 한 생각의 전부였다
나는 물질이면서 슬픔이면서 정신이었다
물질을 다듬는 심정으로 산길을 걸어다닐 것이다
나는 큐브 맞추는 물질이다
마지막 서술어
슬프다

그날 그날

어느날에는 이 변기 속 똥물이 와락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싸고 싸고 내려도 내려도 싸지지 않고 내려지지 않는 이…

몇 개의 감탄사와 말줄임표로 버티는 나날

그날 그날

생강

일요일 이 시간이면 멸치 육수를 낸다. 이것저것 넣고 끓이다가 맛을 본다. 약간 쓰다. 이 쓴 맛은 멸치 내장에서 비롯된 것인가. 모른다. 육수는 끓고 어제도 그제처럼 밤을 도모한 식구들은 아직 잔다. 육수 맛을 본다. 생강을 평소보다 한 조각 더 넣었음에도 생강 맛이 약하다. 국물에 우러난 생강맛은 국물에 우러난 생강맛이다. 그 맛이 약하다. 지난 주에도 맛이 이래서 오늘은 특별히 생강을 한 조각 더 넣었는데도 이렇다. 지난 봄에 잘 다듬어서 조각 내어 냉동실에 보관해 둔 생강은 이제 생강이 아니라 얼어 말라 비틀어진 생강 미이라인가 보다. 자유가 아니면 생강을 달라.

시간이 엉켜 있는 페이지

일요일 새벽. 또 잠에서 깬다. 다 포기하고 그가 가기 전에 쓴 글을 읽는다. 2011년 8월 15일의 글 다음에 8월 17일이 글이 있고, 그 다음에 8월 16일의 글이 있다. 문제의 페이지는 62, 63쪽이다. 편집상의 실수인지 뭔지 모르겠다. 뭐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한 겹 전기 장판이 아니었다면 지난 새벽은 못내 추웠을 것이다. 빈 속이 쓰리다. 멸치 육수 내서 국수를 말면 오전은 다 갈 것이다.

본네트 버드

본네트 높이로 날며
본네트 높이의 세상을 사는 새.
그라운드 허깅 버드.

언젠가 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을 것이다. 그리하여 미리 써둔 내 묘비명은 이렇다.

그라운드 허깅 버드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다.

내친김에 섬까지
아주. 멀리. 영원히.